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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정치사회

자기 직업에의 역사 의식(by 전우용)

그랜드슬램83 2020. 9. 1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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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휴전 이후 미국은 한반도가 미-소 체제 경쟁의 전시장이 되리라고 보았습니다. 물론 소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남북 양쪽에서 ‘피해복구 총력전’이 벌어졌습니다. 의료분야의 경우 남한에는 미국 외에 스칸디나비아 삼국이 집중 지원했습니다. 전쟁 중 스웨덴은 부산에 야전병원을 지어줬고, 노르웨이는 전선을 따라 이동하는 이동외과부대(MASH)를, 덴마크는 병원선을 각각 파견했습니다. 스칸디나비아 삼국의 의료지원은 휴전 후에도 계속되어 1958년 을지로에 ‘국립중앙의료원’을 지어줬습니다. 한국 최초의 뷔페식당 ‘스칸디나비아클럽’이 국립중앙의료원 옆에 있는 이유죠. 그 무렵 서독도 한국에 병원을 지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전범국의 이미지 세탁 시도’라고 판단한 미국이 반대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체코슬로바키아가 스칸디나비아 3국의 역할을 맡아 역시 병원을 지어줬습니다.

휴전 이태 뒤인 1955년, 미국은 한국 의료 부흥을 위해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마련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미네소타 대학에 자금을 주고, 대학은 그 돈으로 서울의대의 젊은 교수들과 수련의들을 초청하여 장단기 연수를 시키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런데 연수를 떠났던 의사들 상당수가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 눌러앉았습니다. 1960년대 초, 진행 상황을 점검하러 온 미네소타 총장이 당시 한국 측 담당자였던 서울의대 교수를 만나 말했습니다. “의사 한 명 키우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 아십니까? 미국 정부가 한국 의료를 지원하기 위해 큰돈을 들였는데, 그 돈으로 미국에 온 한국인 의사들이 귀국하지 않고 눌러앉으니 도대체 어떻게 가르친 겁니까?” 그들의 무책임하고 이기주의적인 태도를 질타한 거죠. 할 말이 없었던 한국 측 담당자는 이렇게 변명했습니다. “전쟁 중 미국 의사들이 한국인 환자들을 많이 치료했으니, 이제 미국인을 치료해서 보답하려고 그러는 겁니다.”

현재의 한국 의료는 국제적 지원과 국가적 지원이 집중된 결과입니다. 지금도 우리 공동체는 의료분야에 국가예산 외에도 막대한 비용을 지출합니다. 그런데도 젊은 의사와 의학도들은 “나라에서 책값 한 번 보태준 적 있냐?”는 둥, “미국에 가서 의사 하겠다”는 둥, 별별 불평을 늘어놓습니다.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공공병원을 늘리면, 의료 관련 비용 총액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급증 위기’를 외면하고 자기 이익만 주장하는 젊은 의사와 의학도가 많습니다. 자기 직업에 어떤 역사가 스며 있으며 부끄러운 대목이 어떤 것인지 안다면, 이러지는 못할 겁니다. (출처: 역사학자 전우용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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